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공허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갈 것이다.


잠시도 멈춰있지 않을 것이다.
계속 가고 있을 것이다.


기다림은
그 자리에 멈춰 서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그리고 공간을
지켜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Someday, We'll live together... Someday...
멀리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명시 감상 5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상병... 새  (0) 2013.03.08
고재종... 첫사랑  (0) 2013.02.26
오세영... 눈  (0) 2013.02.18
박철...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0) 2013.02.18
박철... 연   (0) 2013.02.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