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 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을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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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바닥에
시린 가슴을 묻어두고
가느란 흰 뼈를 깎아 다듬고
종잇장 같은 살을 에워 감쌌다.
겨울 바람의 칼춤은
시퍼런 서릿발 날을 세우고
투명한 눈물 꽃을
가지마다 뿌린다.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을 기다리는 일은
겨울 바람이 매서울수록 간절하다.
분명,
봄은 다시 오고
서슬 퍼렇던 서릿발은 흔적없이 녹아내릴 것이다.
그리고,
가지마다 새 움이 트는 그 상처 위에서
눈물은 자취도 없이 마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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