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유병록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 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 게 식구이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

함께 살자고 하니 나눠야 한다.
먹을 것도 나누고
입을 것도 나누고
잘 곳도 나누고...


함께 살자고 하니 나눌 것이 많다
기쁨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행복도 나누고
아픔도 나누고
사랑도 나누고...


함께 살자고 하니 할 것 또한 많다.
밥도 하고
일도 하고
말도 하고
사랑도 하고...


어쨌든 식구는
함께 살자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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