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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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수를 셀 때, 앞에서부터 세는 것이 빠른지 아니면 뒤에서부터 세는 것이 나은지를 고민하게 됐다.
언젠가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할지 헤어지는 것이 나은지를 고민하게 됐다.
언젠가 나와 이별하는 사람이 새롭게 만나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걸 고민하게 됐다.
언젠가 내게 남은 날이 또 너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것을 고민하게 됐다.


언젠가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언젠가 내가 남기고 갈 것도, 가지고 갈 것도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지금의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하려면 많이 내려놓고, 비우고, 덜고 가는 게 맞다는 걸 알았다.


함께 가자고 마주 잡은 손을 언젠가는 놓아야 한다. 살다 보면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온다.
부모, 자식, 형제, 자매, 친구, 선후배, 동료, 연인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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