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바라보며

   - 어머니 생각


                                     정완영


분단장도 모른 꽃이, 몸단장도 모른 꽃이
한 여름 내도록을 뙤약볕에 타던 꽃이
이 세상 젤 큰 열매 물려주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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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친상을 당한 지인

주인 나간 집 지키는 강아지마냥

담벼락에 바싹 붙어 쭈그리고 앉아있다.

 

애 쓰셨다고 인사말을 건내자

담배 연기를 흔적도 없이 다 마신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연기가 들어갔나 싶을만큼

입으로 코로 토하듯 연기를 뿜어내며 맥 없이 혼잣말을 한다.

'아침에 전화할 일이 없어. 너무 허전하더라'

 

오랫동안 아들도 못 알아보고 누워만 계셨건만

살아 계실 때는 이렇게 보고 싶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푸른 담배연기를 뿜어올리며 하늘을 쳐다본다.

낚싯대 던지듯 아주 멀리 멀리 시선을 던진다

 

근방에서는 소문난 효자였던 그이건만

어머니 가시는 길을 막아 설 수는 없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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