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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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마 끝의 더위는 대단했다
날이 저물어도 한낮의 열기가 대기를 지배했고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늘어갔다.


훌쩍 어딘 가로 떠나고 싶기도 했다.
대단한 것을 얻을 것도
딱히 잃어버릴 것도 없는 일상
그리고 보잘 것 없던 하루...


무더위에 지쳐 잠시 일상의 감사를 잃어버린
그 날 밤,
갑자기 천둥번개로 사방이 진동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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