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

난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기 바라지 않는다.
내 마음을 담은 노래를
단 한 사람이라도 가슴으로 듣기를 바란다.


난 여러 사람이 내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 간절한 기도를
단 한 사람이라도 함께 하기를 바란다.


난 누구에게나 사랑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눈 감는 순간,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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