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산 등불 하나
손택수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서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떠주고 싶다
..........................................................................
가을이 깊어가는 것은
점점 푸르름을 더하는 하늘의 깊이로
낙엽 흩어져 구르는 소리로
가을비의 시린 감촉으로
비어가는 나뭇가지의 헐벗음으로
가슴 한 구석 묻어두었던 그리움의 발효로
느낄 수 있다.
스러져 누울 때까지 홀로 서 있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벗어날 수는 없겠지.
그저 가벼이 보내려 애 씀을
삶이라 해야겠지.
단 한번 마주치지 못하는 생의 엇갈림.
이 가을... 저 강변 어딘가에서,
아니 저 산모퉁이를 돌면,
생전 마주치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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