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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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향기


                     장지현

 

꽃 진 자리
사랑의 열매를 맺듯이
아픔없이 이룰 사랑이 있어라


긴 세월 기다림의 꽃망울
따스한 햇살
기다리는 추억의 빛바램이어라


하얀 기다림에
꽃눈은 눈꺼플 깜박이듯
깊은 상념에 빠져 흐름을 찿아본다


바람은 묻지 않아도
때를 알아 흔들어 주듯이


그 사랑꽃
피우기 위해 만남의 길은 멀어도


살포시 고개 숙인 등 결에
하얀 그리움이 내려 앉아 찾았던
사랑을 나눌 순간포착에 맺히는 너를 ! 
...............................................................................

 

만남의 길이 멀고 멀 듯,

함께 걷는 길도 그러하다.
첫 만남의 그 생생했던 기억이 빛바랠 즈음,
앞서 걷는 네 어깨에 가만히 얹히는

꽃 잎 한 장.


묻지 않아도 모두 알고,
말하지 않아도 모두 열어주는
마음의 문이 어디 있을까?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려

피운 꽃
그 꽃이 지고 있다.


꽃 피는 시간이 일년이면 몇 날이나 될까?
우리 삶도 그렇게 짧디 짧은 순간을

마음 다 하여 사랑하면 그만인 것을.
내년에 다시 필 약속을 믿고
또 기다리고 기다려야 함이 숙명인 것을.


기다림이 어찌 달고 맛있으랴.
그 사랑 꽃 한 송이 피워보자고
멀고 먼 길을

돌아 돌아 걷고

또 걷고
하염없이 기다린 시간이 얼마인데.

 

그 마음이 얼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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