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유


                      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

하루가 저문다.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 열기

진동하는 밤꽃 향

훌쩍 오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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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치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만나면 항상 기분 좋은 사람,

언제든 어디서든

흉금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지.

 

그 이유가

네 탓일지, 내 탓일지 따지기 전에

, 쉽지 않은 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오늘 밤

흠뻑 취해도 좋으련만.

 

산행 2

 

                  마종기


이른 아침에는 나무도 우는구나.
가는 어깨에 손을 얹기도 전에
밤새 모인 이슬로 울어버리는구나.
누가 모든 외로움 말끔히 씻어주랴.
아직도 잔잔히 떨고 있는 지난날,
잠시 쉬는 자세로 주위를 둘러본다.
앞길을 묻지 않고 떠나온 이번 산행,
정상이 보이지 않는 것 누구 탓을 하랴.
등짐을 다시 추슬러 떠날 준비를 한다.


시야가 온통 젖어 있는 길.

......................................................................

배낭 메고 산 길을 걷다 보면
그 모양새가 우리 삶과 참 많이 닮아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발걸음도 가볍고 즐거울 때가 있는가 하면
힘들고 지칠 때도 있다.


바삐 걸음 재촉해 걷고 또 걷다가
쉬기 위해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그제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오고
그제서야 어디 쯤 왔는지 대충 짐작하게 되는...


그래서 잠시라도 쉬어야 하는...
그래야 발걸음이 좀 가벼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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