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

                김사인


사람 사는 일 그러하지요
한세월 저무는 일 그러하지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못하고
저물녘 봄날 골목을
빈 손만 부비며 돌아옵니다
......................................................................

우리 사는 일이 다 그러하지요.

바로 저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그저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습니다.


안개라도 걷히면 그나마 나을텐데,
선택의 여지는 언제나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제 갈 길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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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방 한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올해도 어쩌면 내년도 힘들 것이다.

추운 겨울나기가 그렇고
우리의 하루살이가 그러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따뜻한 봄은 오고,
우리의 하루도 시작된다.


비록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또 한 고비를 넘고


아마도 내일은 찬란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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