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오면 빗 길을 걸어라.
갈대숲에 검은 가슴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무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을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거리에 인적도 드물어진 시간,
가슴이 먹먹해져 밖으로 나왔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그 비를 다 맞고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으며, 또 얼마나 걸어야 할까...
어디까지 가야하며, 왜 걷고 있는가...
울지마라...
그래, 외로우니까 사람이지.
사람이니까 외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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