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린다.

........................................................

 

유리창을 닦는 일은... 마음을 닦는 일...

하루도 닦는 일을 게을리하면

어느새 이끼가 끼고 먼지가 앉습니다.

 

지워져서, 멀어져서...

아주 잊혀져버린 줄만 알았던...

 

맑고 투명한 햇살에 비춰볼 수 있는

눈부신 그 하나...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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