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윤준경 
  
어머니는 밥밖에 모르는
여자였다

 

밥 먹었니?
밥 먹어라
더 먹어라

 

갖은 나물에 더운 국
뜨거운 밥 한 그릇 듬뿍
먹이시는 일 뿐
남자나 사랑 따위는
당초에 모르시는 분이었다

 

치매 걸려
세상일 다 잊으신 뒤에도
잊지 않으시던 말, 밥
밥 먹고 가라

 

언제부턴가 나도
밥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었다

 

아들 딸 며느리 불러놓고
밥 먹어라할 때에
양양한 목소리
열사날에 한번쯤
목을대 빳빳이 일어서는
밥심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던가요?

우리 삶에서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던 시절...
그 세월을 살아낸 것이 참 용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열했을지는 짐작조차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그 시간들이 모두 지나고 지금의 우리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와
견디기 힘든 어려움과 부딪치고 또 좌절하고 헤메이면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어찌보면 그때와 별다르지 않은 삶이지요...

그제서야 우리는 부모를, 어른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고, 또 세상이 바뀐다해도...
우린 또 살아가지요...

양양하게, 빳빳이...
밥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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