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를 듣다 

                                          이성목

낡은 전축 위에 검은 판을 올려놓는다
전축은 판을 긁어 대며 지나간 시대를 열창하지만
여전히 노래는 슬프고, 잡음은 노래가 끝나도록 거칠다
소란스럽던 시절의 노래라서 그런 것일까
마음과 마음 사이에 먼지가 끼어서 그런 것일까
몇 소절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훌쩍 뛰어 넘어
두만강 푸른 물이 삼각지 로터리에 궂은 비로 내리고
눈보라치는 흥남부두로 소양강 처녀가 노 저어 가기도 하면서
경계와 경계를, 음절과 음절을, 이념과 이념을
덜컹 뛰어넘는 저 몇 개의 세선들
한때 우리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노래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낡은 전축이 요동을 친다
긁히고 패인 한 시대를 털커덕 털커덕 넘어서며
판을 뒤집자고
이젠 뒤집어 노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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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작금의 여러 상황이
이 보잘 것 없는 나라를 어지럽게 합니다.
이 좁고 어눌한 마음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웬만하면 신경쓰지 않으려 하는데
눈 감고 못 본척, 귀막고 못 들은 척 하려는데
자꾸만 자꾸만, 점 점 더 황당무개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우리 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내가
너무 창피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바로 요즘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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