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막을 다 마셔야 한다
김신영
가시 이파리에 비가 떨어지고
선인장의 발목 뿌리를 적시고
모래언덕을 적시고 사막을 두루 적실 때
한 방울 물도 네 뿌리 곁에 두어
모두 네 몸속에 가두어야 한다
일 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가시로 진화한 네게 내리는 축복
네 몸속에 머물러 굵은 줄기를
한껏 키울 수 있는 축복
열두 달 사막의 열풍을 견뎌야 하느니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뜨거운 열 두 때를 견뎌야 하느니
바람이 실어오는 모래의 따가운 매를 견뎌야 하느니
그 사막을 다 마셔 네 철창에 가두어야 한다
그래 삼백 예순날 다음의 비를 기다릴 수 있다
오늘의 물은 삼백예순날이지만
삼백예순날 보다 오늘은 더더욱 길어
물을 긷는 수고가 네 근성이 된다
사막의 열풍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할지라도
오늘 너는 그 사막을 다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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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사는 일, 견뎌내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살아야 하고,
살아있음이 곧 축복이라는 것.
누구나 다 세상을 살아야할 이유를 갖고 태어나며,
누구나 견딜 수 있을만큼의 지혜를 갖게 되는 것.
젊은 시인의 호기 어린 말처럼
오늘 그 사막을 다 마셔버릴 듯이,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한 세상 열심히 살아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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