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막을 다 마셔야 한다

 

                                                김신영

 
가시 이파리에 비가 떨어지고

선인장의 발목 뿌리를 적시고

모래언덕을 적시고 사막을 두루 적실 때

한 방울 물도 네 뿌리 곁에 두어

모두 네 몸속에 가두어야 한다

일 년을 기다릴 수 있는 것은

가시로 진화한 네게 내리는 축복

네 몸속에 머물러 굵은 줄기를

한껏 키울 수 있는 축복

열두 달 사막의 열풍을 견뎌야 하느니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뜨거운 열 두 때를 견뎌야 하느니

바람이 실어오는 모래의 따가운 매를 견뎌야 하느니

그 사막을 다 마셔 네 철창에 가두어야 한다

그래 삼백 예순날 다음의 비를 기다릴 수 있다

오늘의 물은 삼백예순날이지만

삼백예순날 보다 오늘은 더더욱 길어

물을 긷는 수고가 네 근성이 된다

사막의 열풍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할지라도

오늘 너는 그 사막을 다 마셔야 한다

...........................................................................

오늘 하루를 사는 일, 견뎌내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살아야 하고,

살아있음이 곧 축복이라는 것.

누구나 다 세상을 살아야할 이유를 갖고 태어나며,
누구나 견딜 수 있을만큼의 지혜를 갖게 되는 것.

 

젊은 시인의 호기 어린 말처럼

오늘 그 사막을 다 마셔버릴 듯이,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한 세상 열심히 살아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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