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오인태


사연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겠냐만
하필 마음 여린 이 시절에 어쩌자고
구구절절 피어서 사람의 발목을 붙드느냐.
여름내 얼마나 속끓이며
이불자락을 흥건히 적셨을 길래
마른 자국마다 눈물 꽃이 피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치대느냐.
꽃이나 사람이나 사는 일은
이렇듯 다 구구절절 소금 같은 일인 걸
아, 구절초 흩뿌려져 쓰라린 날


독한 술 한잔 가슴에 붓고 싶은 날
............................................................

땀과 눈물
흙과 바람
열정과 정염
인내와 고독
그리고 기다림, 또 기다림


어느 꽃이라고 그냥 뜻 없이 피겠는가?
어느 누구의 사랑이 그냥 이루어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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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거야.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렀어.


떠나야 해.
천천히 한 걸음씩.


그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겠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해.


흩어진 구름 위로 새파란 하늘이 보여.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내 볼을 스치는 바람에 시원하게 웃음이 나.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길가에 줄지어 선 코스모스가,
네가 보낸 한 줄의 메세지가

내 마음을 투명하게 해.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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