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거야.
여기서 너무 오래 머물렀어.


떠나야 해.
천천히 한 걸음씩.


그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겠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해.


흩어진 구름 위로 새파란 하늘이 보여.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내 볼을 스치는 바람에 시원하게 웃음이 나.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길가에 줄지어 선 코스모스가,
네가 보낸 한 줄의 메세지가

내 마음을 투명하게 해.


어쩌면 그게 사랑이야.

'명시 감상 1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희덕... 귀뚜라미  (0) 2008.10.06
황지우...늙어가는 아내에게  (0) 2008.09.29
용혜원...가을을 파는 꽃집  (0) 2008.09.25
박인환...목마와 숙녀  (0) 2008.09.22
서정주...푸르른 날  (0) 2008.09.17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국어 교과서에 실려서 열심히 밑줄 쫘악... 해가면서 배우고 외웠던 시죠?

넓게 보면 자아성찰의 시, 좀 좁은 의미로 파악한다면 연시(戀詩)의 대표격인 시입니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의 발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이유도 바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자아를 성취하고 실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

그리보면 자아성찰과 사랑은 그리 멀지 않군요...^^...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로군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이름'...

 

다시 되뇌어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이름을 부르시렵니까?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누구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인가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