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이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얹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오늘이 1944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돌아가신 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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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사랑하는 만큼 웃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사랑을 무엇이라 말 할 수 있을까요?
정말 이렇게 사랑만 할 수 있을까요?

나의 사랑도 그랬던가요?

 

절로 사랑하고 싶어지는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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