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이동순


동지 섣달 짧은 해는 기울고
서쪽 창문마저 어두워지니
방안 공기가 이마에 차다
화로에 참숯불을 듬뿍 담아
방에 들여놓으니
작은 방안은 삽시에 훈훈하다
그대와 나는 화로를 끼고 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우리 둘은 숯불처럼 점점 달아오른다
화로의 영롱한 불빛이
그대 얼굴에 비치어 황홀하다
....................................................................

함께 한다는 것, 동반하는 것은
어쨌든 서로에게 발전적으로 변화해 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겠지.
하지만 함께 발전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생각의 레벨도 맞아야 하고,
속도도 맞춰야 하고,
방향도 같아야 한다.


누군가의 무엇을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다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정한 동반이 되려면 누군가의 무엇이든 좋아하려 애써 볼 일이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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