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이 완성일까
김선굉
지는 후박나무의 잎을 바라본다
아주 느리게 시간이 개입하고 있었다
잎은 천천히 떨어졌으며,
무슨 표정과도 같이,
마치 무슨 순교와도 같이,
몇 차례 의젓이 몸 뒤집으며
툭, 하고 떨어졌다
저것은 그러면 완성일까
어떤 완성일까
아니면 또 다른 완성으로 가고 있는 걸까
툭, 툭, 떨어져 쌓여 몸 뒤척이는
저 마른 잎들의 근심은
..................................................
산 날을 대충 계산해보려
40여년에 삼백예순날을 곱하니
일만오천일이 훌쩍 넘는다.
일일이 세기에도 버거운 깨알같이 많은 날 동안
온전히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다.
다시 한 번 헤아려 봐야겠다.
무엇 하나 손에 쥐고 있는지.
무엇 하나 가슴에 남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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