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물
김사인
추운 하루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눈과 추위가 어쩌면 올 겨울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새삼 정겹게 느껴볼 여유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녁 무렵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세수를 하다가 문득,
물이 따뜻해진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릇에 물을 담고 불을 때면 불의 정(精)이라고 해야 맞을 기운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불이 물속에 담기는 것입니다. ‘불이 든 물’이 바로 물의 따뜻함인 것이지요.
물에 손을 담그면 불기운이 손을 통해 내 몸으로 옮아오는 것이겠지요.
물론 물리학의 초보적인 상식으로 다 설명이 될 사소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관습화된 알음알이와 설명들이 순간의 싱싱한 신기함을, 작용 그 자체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실은 물이란 것도 손으로 만져보노라면, 참 신기하고 이상한 존재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면서, 기적이다 신비다 하는 것이
멀리 오묘한 구석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이 아니고 우리 생의 흔하고 하찮은 매 순간들,
천지간의 모든 유정과 무정들, 크고 작은 모든 인연이야말로 실은
기적이요 신비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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