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벽에다 못 하나 박았다. 벽이 울렸다.
박힌 것은 못인데 벽이 다 울렸다.
그 소리 벽을 들어올렸다.
못 하나 받으려고 벽은 버텼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종일 못을 박았다.


벽에서 못 하나 뽑았다. 벽이 울렸다.
뽑힌 것은 못인데 벽이 다 울렸다.
그 소리 마음을 들어올렸다.
못 하나 보내려고 벽은 버텼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종일 못을 뽑았다.

..............................................

 

우연히 지하철 역 한켠에 붙은

천양희 시인의 시를 한 편 보게 되었습니다.

'바다' 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와 닿는 느낌이어서

천양희 시인의 시를 둘러 보았습니다.

이리 저리 둘러서 시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 한켠이 시릿해졌습니다.

 

사람의 일이 다 못 박고 못 뽑는 일인가 봅니다.

들고 나는 자리는 없어지는데

그 느낌은 남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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