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은
백석
포근한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뜰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러 다닐 것과
내 손에는 新刊書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世上事>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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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디기 :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무렵.
누굿한 : 여유있는.
살뜰하던 : 너무나 다정스러우며 허물없이 위해주고 보살펴 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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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 님의 시입니다.
1988년 해금되기 이전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일반인들은 봐서는 안되는 시였지요.
이유야 국가보안법(?) - 그때도 이런 이름이었나? -
암튼 그런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그의 시는 대부분 국가보안과는 거리가 먼
푹석하고 누굿하면서도 살뜰하면서도 뜨거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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