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THE ROAD)/ 코맥 매카시 저/ 정영목 역/ 문학동네/ 11,000원
제발 이 책이 영화화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봐서는 안 될 이야기이기에...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내가 아는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지구에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아, 더 이상 이 땅엔 아무런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
아무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하루하루의 생이 한발 한발의 걸음이, 지나가는 길이 모두 의미없다.
지옥의 한가운데 던져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단 한 순간도 즐겁지 않으며,
단 한 순간도 여유롭지 못하며, 단 일분도 편안할 수 없다.
그들에게 내일은 당연히 없다.
그저 살아남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있을 뿐...
길을 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기에,
작가가 던져주는 우연한 행운 - 그것들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연명을 한다. - 조차 오히려 거슬리기만 한다.
결국 아들을 지키려 몸부림치던 아버지마저 죽게되고, 혼자남은 아이를 도저히 그냥 버려둘 수는 없었는지,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삶의 희망을, 생의 불씨를 어렴풋이 되살리며 끝이 난다.
이 대목이 왜 이리 허망하고 어이없기만 한지...
어쨌든 이 책을 두 번 다시 읽을 일이 없겠지만, 제발 영화로 만들지는 말기를...
하지만 책으로는 한 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이 기묘한 마음은 도대체 무슨 심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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