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굿 9


                   김초혜


내가 먼저 사랑한 사람
먼저 잊게 해주오


목까지 자란 그리움을
거짓말처럼 잘라낸 후
이제 남루를 벗고 싶으오


그대 도리질의 이유는
헤아려도 추측할 길 없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리라면
없어져 그리움이고 싶으오


끝내 분할이 안 되어
내 몫이 없을
불꽃이라면
뼈가 운대도
비겨 잊으리다


그대여
기침과 심술은 그만
하나의 별만을 빛나게 할
꽃등(燈)을 켜들고
남몰래 숨어서
몇 천 겁(天劫)을

 

사랑굿 10


내 한숨 바람 되어
그대 목에 감기어들면
그게 난 줄 알아
모른 체 비켜 주요


살을 베어 살을
벌지 못하듯
물이 피가 될 리 없겠지마는
잊은 마음 전혀 없어
바람이려오


몇 천 년을 살려고
그대 나의
기쁨이어서는
아니 되오


허리 묶인
홍사(紅絲) 풀어내고
나도 그대의
꽃이 되고 싶으오


돌을 심어 싹이 나도
아니 오시겠오
바람 불면
멀어 있는
달로 오시게.
......................................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사랑의 열정도 사그라들어
이젠 자취도 없다.


그저 그 아련한 느낌만 남아

가슴 한켠 공허를 휘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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