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이상교
할머니, 아기, 장롱, 항아리
강아지 집
다 데리고, 가지고
이사를 가면서
집은 그냥 두고 가더란다.
오막살이여도 내 집이어서
제일 좋은 우리 집이라고
자랑삼을 땐 언제이고,
다락, 툇마루, 문지방
댓돌이 울더란다.
미닫이문이야 속으로 울었겠지.
이사 가는 걸 끝까지 지켜본
대문은 서운해서
열려 있는 그대로더란다.
그래서 말인데 얘들아,
우리 모두 함께 살러 가자,
안마당, 부엌 아궁이 앞, 지붕 위도 좋아.
툇마루 밑도 괜찮아.
들깨야, 엉컹퀴야, 도깨비바늘아,
우리가 살러 가자.
대신 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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