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자꾸 따라와요

 

                             이상국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 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냄

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담을 돌아가는데


아버짓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
...................................................................

엇그제 할아버지 제사를 모셨다.
내가 태어나기전 돌아가신 당신의 제사를

한 삼분의 일은 내 아버지와,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이는 내 어머니와 함께 모셨다.

그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큰 딸 (내게는 고모님이 된다) 이

이제는 다소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먼 길을 마다않고 오신단다.
그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한 편으론 부담스럽고
또 한 편으론 서운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론 안스럽다.


전날부터 잠을 설쳤다.
이제는 너무나 노쇠한 모습,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너무나 닮은 고모님을 뵙고는
제사 지내는 밤내내,
며칠 밤을 뒤척이며 무수히 되뇌던 말들을
서둘러 돌아서는 고모님 뒷모습에 흐릿하게 딸려 보내고 말았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차고, 달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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