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기다리는 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
기다리는 마음이 설렐 수 있을까?
누군가를 한 번도 애타게 기다려보지 않은 이가
기다리는 일조차 행복했던 이에게 편지를 쓴다.
무수히 되뇌던 이름이 이제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고...
수없이 그려보던 얼굴이 이젠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렇게 널 떠난다고...
그렇게 널 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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