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내리고 - 편지 1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
사랑은 아프다.
사랑하니까 시리고 아프다.
사랑이려니 먹먹하고 시리고 아프다.
무엇 하나 온전한 것이 되기까지
인내하고 용서하고 다독여야하는 시간은
도대체 얼만큼인지
무엇 하나 지켜내기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도대체 얼만큼인지
사랑은 먹먹하다.
사랑하니까 시리고 먹먹하다.
사랑이려니 아프고 시리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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