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빈 마음 속 바람

 

                                정경혜


바람, 가버렸다고
아버님 낮술 빌미로 몰아치실 때
텃밭 접시꽃도 졌다


뒷덜미가 서늘하다


달빛에 논물 반짝이는 동구밖
밤안개 가득한 들녘에서
잠시 길을 잃는다
..................................................

큰 바람이 지나고 나니 완연한 가을 하늘이다.
푸르다 못해 투명에 가까운 하늘...


어쩌면 슬프고 외로웠을 바람속의 아픈 기억이
말끔히 씻기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 하늘은 참 무심히도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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