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문태준


비질하다 되돌아 본
마당 저켠 하늘


벌레가 뭉텅, 뭉텅
이사 간다


어릴 때
기름집에서 보았던
깻묵 한 덩어리, 혹은


누구의 큰 손에 들려 옮겨지는
둥근 항아리들


서리 내리기 전
시루와 솥을 떼어
하늘 이불로 둘둘 말아


밭두렁길을 지나
휘몰아쳐가는
이사여,


아, 하늘을 지피며 옮겨가는
따사로운 모닥불!
..........................................................

몇 해동안 쌓아두었던 여러가지 잡동사니를 정리하다가,
이렇게 쓸모없는 많은 물건들을 갖고 있었음에 놀랐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마음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쓸데없는 근심거리, 잡다한 상념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주 기본적으로
자기 주변을 정갈하게 하는 일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정돈해 두는 일이
결국 나를 세상에 보낸 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크게 한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다.
말끔하게 손 발 씻고, 목욕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가만히 두 손 모으고,
오늘 이 소중한 하루를 허락하신 분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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