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이동호
그는 나무다. 상록수다. 그의 입은 가지이고
그의 언어는 푸른 잎이다.
그가 나이테에 가둔 말을 풀어낸다.
그는 가지 가득 말을 올려놓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눈으로 듣지 못한다.
사람들은 잎사귀를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푸른 빛이 시끄러울 뿐이다.
대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가 잎을 오물거린다.
잎이 점점 深綠色이라는 것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한 증거.
그가 역방향으로 자신의 가지를 흔든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멀어져서 곁눈질이다
사람들도 나무다. 단풍나무다.
방언이 깊어 사람들은 늘 가을이다.
불필요한 상징을 없애고 나면
늘 그와의 앙상한 거리를 드러낸다.
그와 사람들이 일정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
서로에 대한 부정은 아니다. 삶이다.
그러나 그는 아픈 나무다.
자신의 말에 늘 찔리는 상록 침엽수다.
오늘도 대문 밖에서 그가 푸른 잎을 떨군다.
사람들은 멀찍이 떨어져서도
귀를 막는다
.........................................................
별 것없는 삶에 쓸데없는 고민이 덕지덕지 많이도 매달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러붙은 헛걱정들...
떼어내려해도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내 삶이 고단한 건지,
내가 고단하게 생겨먹은 건지...
타다 남은 장작 더미에서 연기 피어오르듯
또 다시 잡생각이 폴폴 피어오른다.
생각에 큼지막한 브레이크가 하나 달려있으면 좋겠다.
성질대로 꾹꾹 밟아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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