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김춘경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무딘 감동으로 들리는
나이 사십 줄에 시를 읽는 여자


따뜻한 국물 같은 시가 그리워
목마와 숙녀를 읊고는
귓전에 찰랑이는 방울소리에
그렁한 눈망울 맺히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한마디에 더 뭉클해
정성스런 다림질로 정을 데우고
학위처럼 딴 세월의 증서
가슴에 품고 애닳아 하는


비가 오면
콧날 아리는 음악에 취하고
바람불면 어딘가 떠나고 싶고
아직도 꽃바람에 첫사랑을 추억하며
밥 대신 시를 짓고 싶은
감수성 많은 그녀는


두 열매의 맑은 영혼 가꾸면서
꽃이 피고 낙엽이 질 때를 알아
오늘도 속절없이
속살보다 더 뽀얀 북어국을 끓인다


아...
손톱 밑에 가둬 둔 스무 살 심정이
불혹에 마주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내 다정한 한마디의 말로 위안을 얻고
내 한 번의 따스한 손 길에서 평안을 찾는다.


한 편의 시로 위안을 얻고
한 권의 책으로 평안을 구하는 그녀는
여전히 소녀처럼 청순하고 아름답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세월따라 나이는 들어도
순수한 감성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여전히 처녀처럼 청순하고 아름답다.

'명시 감상 5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영로... 봄비  (0) 2013.04.22
박철... 그대에게 물 한 잔  (0) 2013.04.15
이동순... 섬  (0) 2013.04.09
김정한... 동행   (0) 2013.04.05
이기철... 시 읽는 시간  (0) 2013.04.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