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

눈이 시도록 빛나던 봄 빛이
오늘은 구름 뒤로 자취를 감추다.


몹시 서두른 기미가 역력한 하늘
마음만 바삐 어설피 꽃잔치 구경왔다가
손은 얼얼하도록 시리고
등짝이 오싹하도록 바람 맞다.


꽃망울 부리나케 피워대던
가지마저 축축 늘어져
오늘은 좀 쉬거라 쉬거라 한다.


봄처럼 바쁘거들랑
오늘 하루쯤 쉬어가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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