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다하다
김사인
풀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저 야윈 실핏줄들
빗방울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미 저질러진 일들이여
완성된 실수여
아무리 애써도 남의 것만 같은
저 납빛의 두꺼운 하늘
잠시 사랑했던 이름들
이제 나에게 어떤 몸이 용납될 것인가
설움에 눌린 발바닥과 무릎뼈는
어느 달빛에 하얗게 마를 것인가
.........................................................................
모든 걸 맡겨놓을 수 있는 삶이 어디 있을까요?
과연 그런 삶이 좋기만 할까요?
믿음이란 것은 내 올곧은 자립(自立)임을 깨닫는 것이 먼저입니다.
제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만 알맞은 곳에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고,
제 힘으로 살아 우뚝 서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요.
그런 후에야 비로소 햇빛도 바람도 물도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진정한 보살핌 안에 거하게 되겠지요.
나의 온전함에 대한 용기와 믿음을 가지세요.
그리고 태양을 향해 돌아서서 한 발을 내딛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이제 비로소 당신의 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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