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참나무 숲에 살았네


                                     정끝별


비가 내리었네
온종일 오리처럼 앉아 숲 보네
그렇게 허름했던 사랑의 이파리
허물어진 졸참 가지에
넘어지며 나는 가고 있네
내 나이를 모르고 둥근 하늘 아래
잎이 피네 짐처럼 지네
잎이 지네 나도 흙먼지
숲에 가득하네 세월의 붉은 새
나는 많이도 속이며 살았네
낡아 묻히면 방문치 않으리 아무도
꽃이 피리라 기약치 않으리
숲 기슭에 오리처럼 앉아 있네
비가 많이 내리네
...............................................

심장이 바짝 말라 붙어야만
비가 오시는가?


절박함으로
간신히 팔을 들어 허위허위 손짓한다.


허공은 겨우
한마디 묻더니 그냥 돌아선다.


무엇을 바라는가?


피와 땀, 눈물이 밭아 버려야만
열매 맺으시는가?

'명시 감상 5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탁번... 굴비  (0) 2013.07.11
도종환... 이 세상이 쓸쓸하여  (0) 2013.07.11
이상교... 소리  (0) 2013.07.01
고영민... 꽃다발  (0) 2013.06.28
송수권... 나팔꽃   (0) 2013.06.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