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
김소연
허전하여 경망스러워진 청춘을
일회용 용기에 남은 짜장면처럼
대문 바깥에 내다놓고 돌아서니,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행복하여
어쩔 줄을 모르던 골목길에선
껌을 뱉듯 나를 뱉고 돌아서다가,
철 지난 외투의 구멍 난 주머니에서 도르르르
떨어져 구르는 토큰 같은
옛사람도 만났다 오늘은
행복하여 밥이 먹고 싶어진다
인간은 정말 밥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하도 감격스러워 밥그릇을 모시고 콸콸
눈물을 쏟는다
.............................................................
일상의 사소함은 늘 경시되고 치부된다.
그 사소함들이 쌓여 우리 삶이 되는데...
너무 작아 보잘 것 없지만
실은 그런게 중요한데...
모두 지난 일이라고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엔가
어딘가에 묻혀있다
적나라하게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일이 간혹있다.
담아두고 막아두면 썩게 마련이니
종종 열어두고 배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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