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책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에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 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
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리다
엽록처럼 살아 있는 예지들이
책 밖으로 뛰어나와 불빛이 된다
글자들은 늘 신생을 꿈꾼다
마음의 쟁반에 담기는 한 알 비타민의 말들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
...................................................
책 만들어 보겠다고 모인 학생들에게
책 잘 만들라는 말을 못하고
꼭 살아남으라고 했다.
그저 책이 좋아 책 만드는 일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했다.
그래도,
이 일이 너무 좋으니
나도 13년째 이 일만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마무리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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