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품에, 그대 눈물을


                                    이정록


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레인지 속 빵 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 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 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 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무리 올려다 봐도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푸르름
가을로 접어드는 길 모퉁이
어디 쯤에 잠시 머물다.


시간이 가는 것은
자연히 알게 되는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것
일어서야 할 때,
용기 내어 뒤로 돌아 앉다.


눈을 감고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떠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한 발 내딛다.


드디어
감사함의 바탕 위에
믿음의 기둥을 세우다.

'명시 감상 5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광구... 꿈꾸는 물  (0) 2013.09.24
이형기... 비 오는 날  (0) 2013.09.23
한용운... 복종  (0) 2013.09.12
서산대사... 인생(人生)  (0) 2013.09.06
문정희... 순간  (0) 2013.09.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