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멎다
강경화
자르다 놓아둔 애호박의 조각마다
송골송골 베어 나와 끈적이는 둥근 눈물
아파서 흐르지 못한
그리움
투명하다
...................................................................
못보고 지나치는 것이 나았다.
봐주지 않는다고 원망을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지겹다.
왜 내 마음을 모르냐고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상대를 원망할 일이 아니라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무의미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그 결과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미 내 머리로 짜놓은 시나리오 안에서
현실을 가늠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늘 놓치고마는 일상의 감사는
실은 삶의 전부이다.
그 한가로움은 정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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