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바닷가


                              송수권


더러는 비워 놓고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갯물을 비우듯이
더러는 그리워하며 살 일이다
하루에 한 번씩
저 뻘밭이 밀물을 쳐보내듯이
갈밭머리 해 어스름녘
마른 물꼬를 치려는지 돌아갈 줄 모르는
한 마리 해오라기처럼
먼 산 바래 서서
아, 우리들의 적막한 마음도
그리움으로 빛날 때까지는
또는 바삐바삐 서녘 하늘을 채워 가는
갈바람 소리에
우리 으스러지도록 온몸을 태우며
마지막 이 바닷가에서
캄캄하게 저물 일이다
...............................................

해질녘을 보겠다고
발걸음 서둘러 언덕배기 올라
강 풍경이 오롯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오르다.


어디까지 왔는지 묻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나 가야하는지 헤아려보지 않아도 되었다.
강따라 해지는 풍경이 다 말해주고
그냥 아무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겨우 이마에 맺은 땀방울 몇 개 만큼의 수고로

누리는 호사
그 은밀한 조화
그 긴밀한 비밀


어느새 해는 지고
돌아드는 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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