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질을 벗기고 있다
........................................................

날마다 구별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매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제껏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그 순간들에
나는 어떻게 구별했고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그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각기 다른 생의 출발점에서부터
내가 다다른 이 곳까지의 여정은
어쩌면 내 부족한 지혜의 결과이며
선별하는 지혜를 끊임없이 구해야 함을 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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