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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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 한 구석에서 벽보고 돌아 앉아
내가 앉은 자리의 처량함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얼른 돌아 앉아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창문을 열어젖히고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을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사유의 편협함과
우리가 안다고 하는 지식의 얄팍함과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하는 소유의 사소함을
알고 인정하고 감사하고 정진할 일이다.
선한 것만 남는다.
행한 것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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