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김종길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매화분엔 어김없이 매화가 핀다.
올해는 바로 초하룻날 첫 송이가 터진다.
새해가 온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무슨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설날에 피어난 하얀 꽃송이!
말라 죽은 것만 같은 검은 밑둥걸,
메마르고 가냘픈 잔가지들이
아직 살아 있었노라고,
살아 있는 한 저버릴 수 없는 것을
잊지 않았노라고, 잊지 않았노라고,
매화는 어김없이 피어나는데,
밖에선 눈이 내리고 있다.
매화가 핀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밖에선 매화빛 눈이 내리고 있다.
오천년도 너에겐
한나절 낮잠에 불과했던가.
네게도 소리칠 마지막 절규는 있었던가.
....................................................................
사는 게 지겨워 차라리 죽고 싶었다.
꺼억 꺼억 울다가, 지금 죽어서
한 오백년쯤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면
이렇게 슬플까 싶었다.
아쉬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지은 죄도 없이
차마 접을수 없는 생애
행여 올 봄엔 꽃이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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