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고은


씨 뿌렸더니
여기
여기
저기 좀 보소


어제는 누가 흙으로 돌아가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태어나
이 세상 만년 파릇파릇 새싹이구려


결국 여기서는
나에게까지
나에게까지
급한 물에 떠내려온 나에게까지
곡식 익은 뒤의 추위 가운데
사랑밖에 없다


저기 저기 좀 보소
.............................................................

가만히 들여다보니
초록 기운이 살짝 오른 나뭇가지 끝마다
새잎 날 자리에
물방울이 꼭 한 방울씩 맺혔고
취며, 엉겅퀴며, 속새며, 부처손이며
이른 봄 풀들이
살금살금 번지는 숲

마침 찾아 든 까치 한 쌍
수선스럽다.
반갑게 맞아야지.
꺅꺅꺅꺅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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