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의 시간은 이 땅을 딛고 사는 누구에게나 참으로 가슴 아프고 슬프고 참담한 시간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나역시 그랬다. 제 정신을 차리고 일이라는 걸 손에 잡는데 꽤 힘이 들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은 사는 동안 언제든 우리가 마주칠 수 있는 재난, 사고 등의 참화와는 여러모로 많이 달랐다.

사고 후 하나 하나 알게 된 사고의 원인, 구조 과정, 언론의 보도와 국가의 역할, 책임자들의 책임있는 행동과 소통,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 하나 없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이들이, 너무 많은 아이들이 찬 바다에서 고통받다 죽어가고 말았고,

우리는 생중계되는 수많은 뉴스를 혼란 속에 가슴 치고 울며 계속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더 가슴 아파했고 더 침통했던 것 같다.

이미 사고는 단 한명의 생존자 없이 마무리 되고 있고 겨우 시신 수습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관료, 기득권자들, 위정자들의 경악할만한 행태들과 뿌리 깊은 관료주의의 병폐, 정치의 부재를 지켜봤고,

아무 것도 할 수없는 나머지 사람들 - 그냥 착하게 자기 역할을 하며,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 - 의 무기력함도 뼈져리게 느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 보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 또한 내 가족과 회사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내 몫을 하기 위해 제 자리에서 성실히 잘 살고 있다.

건강한 몸과 안정된 직업과 예쁜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 딸과 함께 잘 살고 있다.

집도 두 채 있고, 통장에 잔고도 제법 있으며, 매달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중형차를 몰고 다니며

종종 여행을 다니고 사진 찍고 기타치고 아름다운 시절의 노래 부르며 남부럽지 않게 아주 잘 살고 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이 땅에서 아주 잘 살고 있는 우리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는 어린 영혼들을 보고 있자니 죄스럽고 미안했다.
페이스북도 밴드도 카카오톡도 블로그도 모두 닫고 싶었다.

 

난 지금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부터 조금씩 바꿔가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살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나한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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