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연가
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다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서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타고 난 생이 달라
가까이 할 수 없음을
행여 그 모습이라도 볼까 하여
향기라도 남아 있을까 하여
담벼락에 매달려 오르고 또 오르고
겨우 담 하나 넘는데 한 생을 다 보내고
꽃이라도 피었거늘
꿈에라도 찾던 이가
영영 가고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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