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고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
내 마음이 다만 괴로울 뿐이었다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이 있고
비바람 몰아치다
말짱하게 갠다
오늘따라 자꾸만 마음이
모래성마냥 무너져
단지 내 마음이 괴로울 뿐이었다
눈물인지 땀인지
다 뒤섞여 흠뻑 젖을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오늘따라 자꾸만 마음이
모래성마냥 무너져
내 마음이 다만 괴로울 뿐이었다
사는 게 좋으냐?
그렇다면 툭툭 털고 살 일이라고
부지런히 땀 흘리며 살 일이라고
자꾸만 혼자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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