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이규리
 

세상에서 가장
긴 자가 수평선을 그었으리라
허리나 목을 백만 번 감아도
탱 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푸른 현


내 눈에도 수평선이 그어졌다
바다를 떠나와서도 자꾸 세상을 이등분하는,
저 높낮이와 명암들


수평선 건져내어 옥상에 걸면
오래 젖어온 생각도 말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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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살짝 내린
하늘을 누가
설렁설렁 쓸어놨을까?


빗살 비낀 모양으로 한껏 멋을 낸
하늘 위로
공연(空然)한 두근거림
옅푸른 가벼움
사늘한 그리움
민들레 씨앗 흩어지듯
폴폴폴 날린다.


오래 담아뒀던 생각
이제 살살 쓸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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